
(사진 설명 : AI 이미지)
세계 밤 시장이 오는 2030년 49억 달러(약 6조 7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ndustryARC가 최근 발표한 ‘Chestnut Market Forecast (2024~2030)’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밤 시장은 연평균 3.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확대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건강식품과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의 성장, 그리고 밤의 영양학적 가치에 대한 소비자 인식 확산이 시장 확대를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밤이 단순한 견과류를 넘어 ‘글루텐 프리 식품 원료’로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밤가루(Chestnut Flour)는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아 셀리악병이나 글루텐 불내증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대체 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2%가 셀리악병을, 최대 6%가 글루텐 민감성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소비층 확대가 밤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건강식품 시장 확대와 함께 밤가루를 활용한 제과·제빵, 파스타, 시리얼, 간편식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현재 생밤 중심의 소비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밤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는 원물 판매를 넘어 밤가루와 기능성 식품, 건강식품 원료 시장으로의 진출이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세계 최대 시장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2022년 기준 약 156만 톤의 밤을 생산하며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 한국, 북한 역시 주요 생산국으로 분류되며 아시아가 글로벌 밤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밤(Chinese Chestnut)이 식품 가공산업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면서 품종별 시장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가장 빠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지역은 북미 시장이다. 이는 미국밤(American Chestnut) 복원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밤은 20세기 초 밤나무마름병(Chestnut Blight)으로 인해 약 40억 그루가 사라지며 사실상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저항성 품종 개발과 유전자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상업적 재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과 대학들은 저항성 계통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북미 밤산업의 부활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고서는 동시에 밤산업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병해충 문제를 지목했다. 밤나무마름병과 먹물병(Ink Disease), 뿌리썩음병을 비롯해 밤바구미와 밤나무혹벌 등 다양한 병해충이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밤을 거의 멸종 상태로 몰아넣은 밤나무마름병 사례는 병해충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한국 밤 재배 농가들이 직면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밤나무혹벌과 복숭아명나방, 종실탄저병 등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따른 병해충 발생 증가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 밤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병해충 저항성 품종 개발과 과학적 방제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밤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생밤 생산 경쟁에서 벗어나 가공산업과 기능성 식품 산업을 육성하고, 글루텐 프리 시장과 건강식품 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전략 강화와 함께 병해충 저항성 품종 육성, 스마트 재배기술 도입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세계 밤 시장은 지금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과거에는 명절용 간식이나 계절 과일로 인식되던 밤이 이제는 건강식품과 기능성 원료, 지속가능한 임산물 산업의 핵심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시장이 확대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밤산업 역시 생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가공과 수출, 기능성 식품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한국밤산업신문=유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