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AI 이미지)
밤나무 수꽃이 만발하고 있다. 밤나무 농사에서 ‘적기 방제’ 전략은 곧 최상품 밤 생산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밤나무에 치명적인 해충들은 저마다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보여, 방제 시기를 놓치면 피해가 과원 전체로 급격히 확산돼 생산량에 치명적인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본지는 한국밤재배협회의 ‘밤나무 주요 병해충 월별 방제력’에 따른 연간 핵심 방제 가이드를 상세히 분석했다. 한 해 농사의 기초를 다지는 1월부터 3월까지 밤 농가는 동절기와 초봄에 해충 월동란을 차단하는 물리적 방제와 화학적 예방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 시기에는 갈색날개매미충과 꽃매미처럼 가지 속이나 수피에 붙은 알 덩어리를 철저히 찾아내어 제거한 후 소각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줄기에 산란한 붉은매미나방의 알은 부화 전인 4월 이전에 모두 채취해야 하며, 봄철 가지에 남아 있는 밤나무혹벌의 마른 충영(벌레집)도 함께 정리해 주어야 한다.
더불어 2~3월 중 기계유제를 줄기에 살포해 밤송이진딧물의 월동란을 미연에 방제하고, 줄기마름병과 동해를 예방하기 위해 나무줄기에 백색페인트를 도포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세력이 약해진 나무에 침입해 고사를 일으키는 오리나무좀을 막기 위해 고사목과 피해목을 미리 제거하여 번식처를 차단하는 수세 관리도 이 시기에 반드시 이루어졌어야 한다.
봄기운이 가득해지는 3월부터 5월은 해충들의 부화기와 생장기가 맞물리는 시기로 꼼꼼한 집중 방제가 요구됐다. 특히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꽃매미 등이 본격적으로 알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데, 이들의 이동력이 가장 약한 ‘5월 초 1령 약충기’에 등록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이 방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비결이다.

이와 함께 밤나무혹벌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4월 하순에서 5월 초순 사이에 중국긴꼬리좀벌 같은 포식성 천적을 과원에 방사하는 생물적 방제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수세가 약한 나무의 틈을 타 4월 초순경 침입하는 오리나무좀을 예방하기 위해 살충제를 살포하고, 이미 침입한 구멍에는 약제를 직접 주사하여 나무가 말라 죽는 것을 막는다.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과 7월은 밤나무의 개화기와 성충의 활동기가 겹치므로 병해와 해충을 동시에 잡는 종합 관리가 전개되어야 한다. 5월 말부터 6월 상순 사이의 유충 시기(만개기까지)에는 밤나무혹나방 방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들이 꽃봉오리를 갉아먹으면 결실률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6월 중순에는 복숭아명나방 1화기 방제를 실시하고,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이어지는 밤나무혹벌 성충 탈출기에는 칼립소 등 등록 약제를 제때 살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장마철 전후로 발생하기 쉬운 줄기마름병과 탄저병을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예방적 살균제를 살포해야 하며, 나무의 상처 부위에는 도포제를 발라 병원균의 침투를 막아야 한다.
밤알이 영글어가는 8월과 9월은 종실 성숙기이자 수확기로, 최종 상품 가치를 결정짓는 밤알 보호의 핵심기다. 특히 8월 상순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종실탄저병을 막기 위해 강우 전후로 테부코나졸 등의 등록 살균제를 집중적으로 살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밤알을 직접적으로 망치게 만드는 복숭아명나방은 8월 중순(2화기)과 9월 초중순(3화기)에 맞추어 정밀하게 약제를 살포해야 수확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7~8월 밤송이 발육기에 밤송이진딧물이 번식하면 조기 낙과나 품질 저하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수관 살포를 통해 철저히 관리해야 하며, 8월 말부터 수확 전까지는 밤바구미 등의 해충 예찰과 관리에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밤 농사를 위해서는 약제 살포와 더불어 ‘경종적 방제(耕種的 防除) 전략’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종적 방제란 농약(화학적 방제)이나 천적(생물적 방제)을 쓰지 않고, 농작물의 재배 환경이나 경작 방법을 조절하여 병해충의 발생을 억제하는 친환경적 방제 기술을 뜻한다.
한 마디로 “병해충이 살기 싫어하는 쾌적한 과원 환경을 만드는 농사법”이다. 우선 줄기마름병 피해 가지나 탄저병에 걸린 밤송이, 혹나방 피해를 입은 꽃봉오리 등 병해충의 흔적이 보이면 즉시 제거해 소각하거나 땅에 묻어 전염원을 차단하는 위생 관리가 그 출발점이다.
또한 과원 내 통풍과 채광이 불량하면 진딧물과 탄저병이 대발생하는 온상이 되므로, 적절한 전정과 솎아베기를 통해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수광 조건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나아가 매년 밤나무혹벌 피해가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과원이라면 장기적으로 유마나 축파 같은 내충성(저항성) 품종으로의 갱신을 고려하는 것도 병해충 발생 원인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훌륭한 경종적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약제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PLS)를 준수하여 등록된 품목만 사용해야 하며, 특히 6월 개화기에는 약제 살포 시 인근 양봉 농가와 사전에 긴밀히 협조하는 성숙한 농업 정신이 필요하며, 가능하면 1년 중 6월 개화기때만 밤나무를 찾는 꿀벌들을 위해 최대한 약제살포는 5월말이나 6월 초 개화기 이전에 하는 것을 권장한다.
전문가들은 “병해충은 예방이 최선이며, 화학적 방제와 경종적 방제를 영리하게 병행하는 농가만이 건강한 밤나무를 가꾸고 최고의 황금빛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한국밤산업신문=유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