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 한국밤자조금관리위원회 유용범 사무국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밤나무 산 그냥 두면 미래 없다. 소비자 선호하는 품종으로 개량하고 청년농부 유입이 유일한 돌파구”
국내 밤 산업은 지속적인 생산량 감소와 소비자 소비 패턴 변화라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의 관혼상제 필수품이자 대표적인 명절 제수용품이었던 밤이, 이제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간편 가공식품’으로의 탈바꿈이 절실하다. 본지는 밤자조금관리위원회 유용범 사무국장을 만나 국내 밤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혁신 방안을 들었다.
1. “관혼상제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가 주요 원인”
기자 : 국장님, 반갑습니다. 최근 국내 밤 생산량 지표를 보면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현재 국내 밤생산 현황은 어떻습니까?
유용범 사무국장(이하 유 국장): 통계를 보면 지난 2010년 기준으로 국내 밤 생산량은 약 68,000톤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하락세를 거듭하며 현재는 35,000톤 내외까지 줄어든 상태입니다.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매우 엄중한 상황입니다.
기자: 생산량이 이토록 많이 감소한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유 국장: 전통적인 소비 기반이 붕괴됐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관혼상제(冠婚喪祭)에 밤이 필수적으로 쓰이면서 탄탄한 고정 수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현대 사회로 오면서 전통 관혼상제 문화가 간소화되거나 사라졌고, 이로 인해 밤 소비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만 반짝 소비가 집중되다 보니, 연중 지속적인 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밤이 ‘시즌성 상품’이 돼 버렸습니다.
2.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 증가 트렌드에 맞춰, “포르단과 같이 쉽게 까먹기 쉬운 선호품종으로 밤나무 산 개량해야”
기자: 소비 패턴이 변했다면, 마케팅과 재배 전략도 완전히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요?
유 국장: 정확한 지적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1인 가구 비중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대별 특징은 복잡한 조리 과정을 싫어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밤도 이제는 껍질을 깎아 먹는 생밤 중심에서 벗어나, 그들의 기호에 맞게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조리된 가공식품’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연중 내내 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소비할 수 있는 마케팅 강화가 시급합니다.
기자: 가공과 조리가 편하려면 재배 단계에서부터 품종 선택이 달라져야 할 텐데요. 최근 현장에서 주목받는 품종이 있습니까?
유 국장: 이제는 밤나무 산을 그냥 심어놓고 자연에 맡겨두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매년 트렌드에 맞춰 품종을 개량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인기 있는 품종은 바로 잘 까지는 ‘포르단 그리고 대보, 신창방’입니다. 포르단은 칼집을 내서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속껍질(율피)까지 전체가 홀라당 쉽게 벗겨집니다. 소비자 편의성이 압도적이죠. 이런 시장 선호형 품종으로 밤산지 과원을 과감하게 갱신해야 합니다. 매년 품종을 개량하고 관리하는 산주만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3. 고령화된 밤 산지, “청년 농업인 유입 위해 파격 지원 준비 중”
기자: 품종 개량과 과원 혁신을 추진하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한데, 현재 밤 재배 농가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유 국장: 현재 밤 산업의 가장 뼈아픈 손가락입니다. 현재 전국의 밤 산주들은 대부분 초고령층에 진입해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새로운 품종 개량이나 공격적인 가공·마케팅을 기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 밤 산업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려면 젊은 피, 즉 청년들이 밤나무 산으로 모여 들어야 합니다.
기자: 청년들이 밤 산업에 매력을 느끼고 진입하게 만들 방안이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밤자조금관리위원회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유 국장: 젊은이들에게 밤 농사가 ‘미래 비전있는 건강식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밤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는 젊은 청년 농업인과 밤 산업 기획자들을 위해 파격적인 맞춤형 지원과 밤산업 홍보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초기 정착을 위한 기술 지원부터 시작해, 현대식 가공 시설 연계, 디지털 마케팅 판로 개척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청년들이 들어와 밤을 가지고 새로운 가공식품을 만들고, 브랜딩을 할 수 있도록 자조금관리위원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우리 위원회가 한국 밤 산업의 전성기를 다시 열기 위해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밤나무 산을 그냥 놔둬서는 절대 안 된다는 유 사무국장의 말이 뇌리에 남았다. 위기의 한국 밤 산업이 소비자 패턴 변화와 1인 가구 맞춤형 상품 개발과 더해 청년농부들의 역동성과 만나 어떻게 재도약할지, 밤자조금관리위원회의 본격적인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담=유명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