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미국 밤나무 100년 복원 결실, 핵심은 바로 ‘유전자 협력 시스템’

(사진 설명 :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언스(Science)지 2월호에 실린 미국밤나무 유전자 연구 기사. 웨스트브룩 박사 제공(c))

미국밤나무재단 연구, 단순한 유전자 변형을 넘어 ‘다유전자 심포니(Polygenic Symphony)’와 한국의 유전 자원이 산림 복원의 미래를 어떻게 재정의하고 있는지 집중 조명한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미국 밤나무(Castanea dentata)를 복원하는 일은 전미 산림학계가 가장 고통스럽고 끈질기게 도전한 과제 중 하나였다. 수십 년간 첨단 유전공학 도구가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월호에 게재되고 한국밤산업신문이 독점 분석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침내 그동안 놓쳤던 결정적 단서가 밝혀졌다. 밤나무 생존의 비밀은 단 하나의 유전자가 아니라, 복잡하고 다층적인 방어 ‘시스템’에 있었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핵심 시각 자료(위 도표)는 미국 밤나무의 생물지리학적 분포와 치명적인 외래 병원균에 대응하기 위한 지난한 육종 노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애팔래치아산맥을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 밤나무의 자생지 지도에는 생존과 복원의 최전선이 그대로 담겨 있다.

연구진은 멸종 위기 속에서도 간신히 살아남아 번식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희귀한 야생 미국 밤나무 개체들, 즉 줄기마름병에 감염되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흉고직경 25cm 이상으로 생존해 낸 희귀 나무(LSACs)들을 추적해 지도 위에 붉은 점으로 표시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얻은 후손들을 세 가지 주요 기후대(오렌지, 블루, 핑크 지역)에 걸쳐 조성된 연구 과수원에 심어 격리 재배해서 미국밤나무 복원의 불씨를 살렸다.

이러한 미국 밤나무 복원 지도는 과거의 연구 실패가 왜 필연적이었는지를 유전학적 정밀 데이터로 증명했다. 이전의 복원 시도들은 대부분 아시아(중국) 밤나무(Castanea mollissima)에서 한두 개의 저항성 유전자를 추출해 미국 밤나무 품종에 주입하는 ‘단일 유전자(Single-Gene)’ 방식 또는 밀(wheat)에서 유래한 옥살산 산화효소 유전자(OxO)를 삽입하는 방식(Darling 54)에 의존해 왔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마치 면역력을 켜는 간단한 ‘스위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산림에서는 줄기마름병으로 인한 궤양(Canker)이나 근부역병(Phytophthora root rot)으로 인해 묘목 뿌리가 통째로 썩어 들어가는 참담한 실패를 맞이해야 했다. 버지니아주 메도우뷰의 하이브리드 밤나무 과수원 실태가 보여주듯, 이러한 현상이 바로 밤나무 질병을 이기지 못하고 도태돼 도벌(Culling)되는 주원인이었다.

그런데 미국 밤나무재단(TACF)의 자레드 웨스트브룩(Jared Westbrook) 박사 팀은 밤나무 줄기마름병에 대한 저항성이 훨씬 더 정교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밝혀냈다. 그것은 수천 개의 유전자가 일제히 조화를 이루며 협력하는 네트워크, 즉 ‘다유전자 시스템(Polygenic System)’이었다.

이번 연구는 과거의 실패를 “단 하나의 악기로 웅장한 교향곡을 연주하려 했던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연구진이 인공 접종 실험을 거친 3,499그루의 밤나무를 대상으로 유전적 계보와 질병 저항성 지수(0~100)의 상관관계를 완전 전수 분석한 결과, 반전의 실마리가 드러났다.

미국 밤나무 고유의 순수 혈통(Ancestry)을 70% 이상 유지하면서도, 중국 밤나무의 다유전자성 방어 코드를 정밀하게 이식받은 개체들만이 50 이상의 높은 저항성 지수를 기록하며 살아남았다. 이같은 방어 시스템을 찾아내면서, 단순히 유전자 하나를 바꾸던 방식에서 유전자 전체를 보고 최고를 골라내는 ‘유전체 선택(Genomic Selection, GS)’으로 연구의 패러다임에 대전환점을 가져왔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한국 밤나무(Castanea crenata)의 전략적 역할이 세계적인 적응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유전 자원으로 지목되어 눈길을 끈다. 천연의 회복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한국 밤나무 품종은 질병 저항성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생태적 적응력을 향상시키는 진화적 ‘코드’를 제공했다.

(사진 설명 : 세계적인 권위의 사이언스(Science)지 2월호 표지)

다양한 기후대와 혹독한 환경 조건 속에서 숲의 우점종으로서 경쟁력과 수고(나무 높이) 성장을 유지해야 하는 미국의 복원 밤나무들에게 한국 밤나무의 유전 정보는 가뭄과 병충해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전천후 도구 상자가 되어준 셈이다.

이러한 과학적 맥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이자 한국 밤나무의 역사적 고장인 대한민국 공주시의 글로벌 가치를 더욱 부각시킨다. 이 깊이 있는 유전학적 통찰은 향후 공주, 부여, 청양에서 개최될 ‘2028 공주 세계 밤 산업 박람회’의 유의미한 학술적·산업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 밤 산업은 시행착오의 시대를 지나 정밀한 ‘데이터 기반’의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제 재배 농가와 묘목장들은 무차별적인 교배 대신 정밀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밤나무의 병 저항성면에서  ‘회복력이 검증된(Certified Resilient)’ 나무를 과학적으로 선별해 키워낼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글로벌 생산과 교역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한국밤산업신문은 1,500년 백제 문화가 키워온 공주 밤의 헤리티지와 다음 세기 산림학을 정의할 최첨단 과학의 만남을 주목하며, 이 유전체 혁명의 여정을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할 예정이다.(한국밤산업신문 유명근 기자)

출처: Westbrook, J. W., et al. (2026). “Genomic approaches to accelerate American chestnut restoration.” Science. DOI: 10.1126/science.adw3225

작성자 밤산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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