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무자조금 관리위원회에 거는 기대

이제 생산의 시대를 넘어, 산업을 설계할 시간이다

2025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의 밤 의무자조금 설치계획 승인으로 한국 밤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2022년 임의자조금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이후 불과 3년 만에 의무자조금 체제를 구축한 것은 단순한 제도 정착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한국 밤 산업이 이제 생존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다는 선언에 가깝다.

사실 지금 국내 밤 산업은 결코 녹록지 않은 현실에 놓여 있다.
2010년 약 6만 8천 톤 수준이던 국내 밤 생산량은 현재 절반 수준인 3만 5천 톤 안팎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단순한 생산량 감소가 아니다. 진짜 위기는 소비 구조의 변화에 산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밤은 우리 민족의 관혼상제와 명절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대표적인 임산물이었다. 제수용품과 전통 식문화가 안정적인 소비 기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대가 급격히 변했다. 전통 소비문화는 축소됐고, 명절 중심의 계절성 소비만으로는 산업 전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문제는 생산량 자체보다 소비 구조의 변화다.
대한민국 생활패턴 자체가 이미 1인 가구와 간편 소비 중심 사회로 이동했다. 농식품 산업은 ‘쉽게 먹고, 오래 보관되며, 즉시 소비 가능한 형태’로 재편됐다. 밤 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전통적 생밤 판매 구조만으로는 소비 감소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 이제는 품종 개량부터 가공·브랜딩·유통까지 전 산업적 전환 전략이 요구된다.

최근 현장에서 주목받는 포르단·대보·신창방 같은 품종 역시 단순한 재배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의 편의성과 시장성을 고려한 산업형 품종개량 전략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밤나무 산은 단순히 심어두는 산림이 아니라, 소비시장과 연결된 ‘산업형 과원’으로 관리돼야 한다.

여기에 더해 국내 밤 산업이 반드시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벽은 고령화다. 현재 전국의 밤 산지는 초고령 구조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새로운 품종 도입과 가공산업 연계, 디지털 유통과 브랜딩 전략은 결국 젊은 세대가 산업 안으로 유입돼야 가능하다. 청년 없는 산업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결국 밤 자조금위원회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
자조금은 단순한 홍보 예산이 아니다. 소비 촉진 행사 몇 번으로 산업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앞으로의 자조금은 품종 전환, 청년 농업인 육성, 가공산업 지원, 브랜드 전략, 온라인 유통, 수출 확대까지 산업 전체의 방향을 설계하는 전략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밤 의무자조금 출범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한국 밤 산업은 “얼마를 생산할 것인가”를 넘어 “어떤 산업으로 진화할 것인가”라는 명제 앞에 서 있다. 변화에 성공한다면 밤은 다시 대한민국 대표 건강 임산물로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방식에 머문다면 산업의 축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부터는 생산의 시대가 아니라 산업을 설계하는 시대로 밤자조금관리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작성자 밤산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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