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한국 밤 산업, 생산량 70% 감소 해답은 산업 대전환과 청년농 육성

노령화된 밤나무·농가 고령화·소비감소 ‘삼중 위기’… 밤자조금 출범, 새로운 희망을 연다

대한민국 밤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한때 연간 13만 톤을 생산하며 세계적인 밤 생산국으로 평가받았던 우리나라의 밤 산업은 이제 생산량 감소와 소비 위축, 생산 기반 노후화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밤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농촌 고령화와 인력난, 소비문화 변화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출범한 밤자조금이 소비 확대와 판로 개척에 나섰고, 2028 충청남도 국제밤산업박람회도 준비되면서 산업 체질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생산량 70% 감소… 통계가 보여주는 밤 산업의 현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밤 생산량은 1997년 13만 톤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0년 6만8천 톤, 2020년 4만3천 톤으로 줄었고, 2022년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 3만2,500톤까지 떨어졌다. 2024년에도 생산량은 3만9,500톤 수준에 머물러 1997년과 비교하면 약 70% 감소한 상태다.

이는 단순한 한 해의 흉작이 아니라 생산 기반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2010년과 비교해도 2022년 생산량은 27.2% 감소해 국내 밤 산업이 구조적인 위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령화된 밤나무와 기후변화… 생산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생산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밤나무의 노령화다. 1970~1980년대 집중 조성된 밤 과원은 대부분 수십 년이 지나면서 수세가 약해지고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적기에 갱신되지 못한 노령목은 착과량이 감소하고 병해충과 이상기후에도 취약해 안정적인 생산이 어려운 상태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더해지면서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반복되는 폭염과 가뭄, 개화기 이상기온, 집중호우는 밤송이 충실률을 떨어뜨리고 품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여름의 극심한 폭염은 밤 산업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결국 한국 밤 산업의 위기는 단순한 흉작이 아니라 노령 과원과 기후변화가 동시에 생산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분석이다.

농가도 늙고 밤나무도 늙었다… 청년 유입과 과원 갱신 시급

생산 현장의 또 다른 고민은 사람이다. 밤 생산 농가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수확철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생산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원 갱신과 함께 청년 농업인의 유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시장 선호도가 높은 포르단, 대보, 신창방 등 품종으로 노령 과원을 단계적으로 교체하고, 드론 방제와 스마트 생육관리, 작업로 개선 등 스마트 임업기술을 확대해야 생산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 패턴도 바뀌었다… 생과 중심 산업의 한계

생산만큼이나 소비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 밤은 명절과 제례 문화의 대표적인 식재료였지만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식생활 변화로 계절성 소비 품목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손질이 번거로운 생밤보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국내 밤 산업은 아직도 생과 판매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깐밤과 냉동밤, 레토르트 제품, 밤 페이스트, 밤 분말 등 간편 가공식품을 확대하고, 밤 껍질과 율피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 바이오 소재 산업까지 육성해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밤자조금 출범… 침체된 밤 산업에 새로운 희망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2025년 7월 공식 출범한 밤자조금은 국내 밤 산업이 생산 중심에서 소비와 시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고 있다. 생산자들이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 소비 촉진과 홍보, 판로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국내 밤 산업 역사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다.

출범 이듬해인 올해는 밤자조금관리위원회가 ‘2026년 밤 자조금 홈쇼핑 홍보·판매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소비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포르단과 유기농 밤 등 특수밤 생산단체를 대상으로 홈쇼핑 판매를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라 밤자조금으로 청년들이 밤농사에 매력을 느껴 유입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과 더불어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사업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개척하는 한편 청년들에게 미래  대한민국의 밤산업이 달렸다는 점을 의식하고 전략을 짜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소비자와의 만남은 라이브커머스(인터넷 생중계 판매)와 온라인 직거래, 수출 마케팅 등으로 사업을 확대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농들이 밤자조금의 도움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국내 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다면 밤산업은 다시 중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생산량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 밤 산업은 더 이상 생산량만 늘려서는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 노령 과원의 갱신과 기후변화 대응, 청년 농업인 육성,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 개발, 고부가가치 가공산업 확대, 그리고 밤자조금을 중심으로 한 소비 촉진이 함께 추진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여기에 2028 충청남도 국제밤산업박람회가 연구개발과 투자, 가공산업, 수출, 소비를 연결하는 국제 산업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다면 대한민국 밤 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생산량만 늘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노령 과원을 미래형 과원으로 바꾸고, 생산과 소비, 기술과 브랜드, 가공과 수출을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한국 밤 산업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한국밤산업신문=유명근 기자)

작성자 밤산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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