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조사, 밤 1ha 생산비 504만원, 노동비가 생산비의 67%
174시간 중 자가노동 144시간, 수확·운반에만 85시간
지난해 재고 부담에 공주 일반밤 특품 3,100~3,300원으로 수매 시작
산지 대품 1kg 2,500~2,600원, 소비지 판매가는 8,480원
방송 홍보·홈쇼핑 판로 지원, 소비 확대 나선 밤 의무자조금
추석을 앞두고 공주·부여·청양 등 밤 주산지에서는 햇밤 수확이 한창이다. 밤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농부는 부지런히 산에 올라 밤을 줍고, 나르고, 선별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나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때지만 올해 밤농가의 마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산림청이 2026년 3월 31일 공식 공표한 ‘2025년 임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밤 1ha당 생산비는 504만원으로 전년보다 2.7% 증가했다. 생산비는 올랐지만 소득은 줄었고, 밤 재배에 드는 비용의 약 67%를 노동비가 차지한다.
여기에 지난해 생산된 밤의 재고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올해 햇밤 출하가 시작되면서 산지 수매가격도 지난해보다 낮게 출발했다. 밤농사는 실제 얼마나 많은 노동과 비용이 들어가고 농가에는 얼마나 남을까. 추석 햇밤 수확철을 맞아 공식 통계와 올해 산지 수매가격, 소비지 판매가격을 통해 밤농사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밤 1ha 생산비 504만원, 노동비만 338만5천원

산림청 조사에서 밤 1ha당 생산량은 1,124kg으로 전년 1,105kg보다 1.7% 증가했다. 반면 통계상 소득은 152만8천원으로 전년 153만9천원보다 0.7% 감소했다. 생산비 504만원 가운데 노동비는 338만5천원으로 약 67%를 차지했다. 1ha당 총 노동시간 174시간 가운데 농가가 직접 일하는 자가노동은 144시간으로 82.5%에 달했다.
특히 수확·운반에만 85시간이 투입됐다. 제초 27시간, 정지·전정 18시간, 시비 12시간 등이 뒤를 이었다. 밤 재배지의 96.1%가 임야인 점까지 고려하면 밤농사가 여전히 사람의 노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조사에서 충남은 1ha당 생산비가 605만6천원, 노동시간은 213시간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생산량은 1,470kg으로 전국 평균 1,124kg보다 많았고, 통계상 소득도 197만7천원으로 전국 평균 152만8천원을 웃돌았다.
비용과 노동 투입은 많지만 생산성 역시 높은 것이 충남 밤농사의 특징이다. 다만 조사에서 말하는 ‘소득’은 농가가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순이익과는 다르다. 생산물 평가액에서 경영비를 제외해 산출한 통계상 지표다.
지난해 재고 부담, 햇밤 수매가격 낮게 출발
올해 수확기에는 지난해 생산된 밤의 재고물량이 남아 있는 것도 가격 형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고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햇밤 출하가 시작되면서 산지 수매가격 역시 지난해보다 낮게 출발했다.
한국밤산업신문이 올해 공주지역 산지 수매가격표를 확인한 결과, A수매처는 9월 8일부터 일반밤을 kg당 특 3,100원, 대 2,500원, 중 1,800원, 소 800원에 수매했다. B농협은 9월 10일부터 특 3,300원, 대 2,600원, 중 1,900원, 소 800원에 수매했다.
지난해 B농협의 수확기 초기 가격은 특품 4,000원, 대품 3,000~3,200원 수준이었다. 같은 수매처의 초기 가격을 비교하면 올해 특품은 17.5%, 대품은 약 13~19% 낮다. 다만 이는 공주지역 특정 수매처의 수확기 초기 가격 비교로, 지역과 수매처, 품질, 수확시기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생산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수매가격은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특히 지난해 재고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생산 못지않게 소비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산지 대품 2,500~2,600원, 소비지에서는 8,480원
산지에서 일반밤 대품이 kg당 2,500~2,600원에 수매되는 동안 소비자가 만나는 가격은 크게 달라진다. 한국밤산업신문이 수도권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직접 확인한 대품 1kg 판매가격은 8,480원이었다. 행사카드를 적용하면 1,000원 할인된 7,480원이었다.
물론 산지 수매가격과 소비자가격 사이에는 선별과 감모, 저장, 포장, 운송, 매장 운영 등 여러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2,500~2,600원과 8,480원의 차이를 그대로 유통마진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생산자인 농민이 받는 가격은 낮아졌는데 소비지의 판매가격은 높아 상당한 차이를 나타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유통·소비 확대 방안을 찾는 것도 밤산업의 과제다.
그러나 산지가격이 낮아진다고 소비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가격과 소비자가 실제 지불하는 가격 사이의 간극을 줄이면서 소비량 자체를 확대할 수 있는 유통·판매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추석을 앞두고 농협경제지주가 수도권 하나로마트에서 공주·부여·충주산 햇밤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등 소비지에서도 소비촉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재고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일회성 할인보다 국산 밤의 소비시장을 지속적으로 넓히는 것이다.
방송 홍보·홈쇼핑 지원, 밤 의무자조금도 소비 확대 나서
2025년 7월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된 밤자조금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밤자조금 측에 따르면 국산 밤과 밤산업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방송 홍보를 준비하는 한편, 홈쇼핑 홍보·판매를 지원하는 등 소비 확대와 판로 개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지에서 생산된 밤의 소비를 늘리고 새로운 판매시장을 확보하는 데 자조금의 역할을 넓히려는 것이다.
생산기반을 바꾸려는 노력도 진행됐다. 한국밤재배자협회는 올해 ‘2026년 밤 우량품종 과원 재조성사업’을 추진해 대보·포르탄·신창방 등 소비자 선호 품종으로의 갱신을 지원했다. 일반 농가에는 묘목대의 50%, 만 50세 미만 청년후계자에게는 70%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소규모 재배농가와 자조금 납부농가, 청년후계자, 2025년 자연재해 피해농가 등이 우선 선정 대상이었다. 품종 갱신과 청년후계자 지원은 당장 올해 햇밤 수매가격을 끌어올리는 대책은 아니다. 그러나 밤 생산농가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찾는 품종을 늘리고 다음 세대가 밤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밤농사는 산에서 나무를 관리하고 풀을 베고 전정한 뒤 가을이면 다시 밤을 줍고 나르는 노동이 이어지는 농사다. 올해는 생산비 상승에 지난해 재고 부담, 낮아진 햇밤 수매가격까지 겹쳤다. 농가는 제값을 받아야 하고 소비자는 부담 없이 우리 밤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소비를 늘려 재고가 다음해까지 넘어가는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가 찾는 품종을 확대하는 한편 고령화되는 생산현장에 다음 세대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송 홍보를 통한 소비촉진과 홈쇼핑 등 새로운 판로 확대, 품종 갱신과 청년후계자 지원까지 밤 의무자조금의 역할도 결국 농가가 생산한 밤을 더 많이 팔고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소비 확대가 재고 감소와 산지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밤농가의 소득으로 돌아가는 것. 수확철을 맞은 밤농가가 의무자조금에 거는 기대도 여기에 있다./ 유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