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밤의 변신, ‘빵나무’의 열매가 파스타와 샌드위치로

(사진 설명 : 이탈리아의 밤 음식과 가공품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이탈리아 산간 주민의 주식이었던 밤, 밤가루·파스타·제과로 쓰임 넓혀
공주 지난 2월 박람회서 이탈리아 밤 농장 대표 파스타·샌드위치 등 연중 소비 전략 소개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산간 지역에서는 밤나무를 ‘빵나무’라고 불렀다. 밀과 옥수수가 부족할 때 주민들은 가을에 거둔 밤을 말려 가루로 만들고, 이를 끓이거나 반죽해 먹었다. 밤은 잠시 즐기는 제철 간식이 아니라 겨울 식탁을 지탱하는 식량이었다.

그때의 밤가루는 지금도 지역 음식에 남아 있다. 루니자나의 파토나는 밤가루 반죽을 밤나무 잎과 함께 구운 얇은 빵이다. 마로카는 밤가루를 넣어 만든 빵이며, 밤가루를 끓인 폴렌타도 산간 지역의 오래된 음식이다. 밤을 말리고 가루로 만드는 과정은 가을에 거둔 열매를 겨울에도 먹기 위한 방법이었다.

밤은 파스타에도 들어간다. 무젤로 지역의 밤 토르텔리는 밤으로 속을 채운 만두형 파스타다. 루니자나에서는 밤가루를 넣어 라자냐 바스타르다를 만든다. 지역에 따라 밤은 밀가루와 섞이는 재료가 되기도 하고, 음식의 중심 재료가 되기도 했다.

(사진 설명 : 지난 2월 공주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밤산업박람회에 이탈리아산 마롱글라세와 밤잼이 전시돼 있다.)

간식과 제과의 종류도 다양하다. 네치는 밤가루로 만든 얇은 전병에 리코타 치즈 등을 넣어 먹는 음식이다. 카스타냐초는 밤가루에 올리브유와 잣·건포도 등을 더해 굽는 납작한 케이크다. 마라디의 토르타 디 마로니는 밤을 속재료로 쓰는 지역 과자다. 밤잼과 설탕에 절인 마롱글라세처럼 가공해 판매하는 제품도 있다.

토스카나의 마라디 밤 장터에서는 이런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지역 특산 밤인 ‘마론 부오노’를 내세운 장터에는 군밤과 밤 토르텔리, 카스타냐초, 밤 케이크, 잼, 마롱글라세 등이 등장한다. 마을 구도심에는 음식 판매대와 수공예품 판매대가 들어서고 공연도 열린다. 지역의 밤을 여러 음식으로 선보이며 방문객이 직접 맛보고 구매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전통 음식을 이어가는 동시에 밤의 새로운 쓰임도 찾고 있다. 지난 2월 공주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밤산업 박람회 국제포럼에서 이탈리아 밤 농장 라 카스타냐 레오폴디나의 프란체스카 조아키니 대표는 밤 제품을 연중 소비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자사의 목표를 소개했다.

(사진 설명 : 지난 2월 공주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밤산업박람회에서 이탈리아 프란체스카 조아키니 대표가 밤 제품을 연중 소비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인 자사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가을에 집중되는 밤 소비의 계절성을 낮추고, 간편하게 먹는 식사 방식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조아키니 대표가 발표 자료에서 소개한 음식에는 밤가루와 밤크림을 넣은 탈리아텔레, 새콤달콤한 밤 샐러드, 치즈를 곁들인 밤 모스타르다, 참치와 밤 무스를 넣은 샌드위치가 있다.

셰프들과 협업해 밤을 단맛의 제과뿐 아니라 짭짤한 식사의 재료로도 활용한 사례다. 밤을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늘려 수확기가 지난 뒤에도 소비자가 밤을 찾도록 하려는 시도다. 이탈리아의 밤 음식은 식량이었던 밤이 어떻게 다양한 상품의 재료가 됐는지를 보여준다.

밤을 말려 가루로 만들고, 빵과 파스타에 넣고, 케이크의 속을 채우고, 간편한 식사의 재료로 쓰면서 소비 방법도 넓어졌다.

우리나라 밤산업에서도 절실한 것은 이렇게 밤의 활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생밤을 제철에 파는 것만으로는 산지의 소득 문제를 풀기 어렵다. 공주·부여·청양의 밤도 가루와 속재료, 간편식 등으로 활용할 길을 찾고, 이를 실제로 구매할 식품업체와 판매처를 확보해야 한다.

가을에만 팔리는 밤을 일 년 내내 먹는 음식으로 바꾸는 일. 이탈리아 사례가 한국 밤산업에 던지는 과제다. / 유명근 기자

작성자 밤산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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